[현장에서] 아마존은 물류센터 사진 한 장 못 찍는데… 삼성 공장도면 통째로 공개하는 한국정부

입력 2018-04-06 17:25   수정 2018-04-07 05:00

뉴욕=김현석 특파원


[ 김현석 기자 ] 미국 뉴저지주(州) 로빈스빌 아마존 물류센터를 찾았다. 150곳이 넘는 세계 물류센터 중 가장 큰 곳으로, 내부 면적을 모두 더하면 축구장 28개 크기다. 거대한 광경을 사진에 담으려 했지만 곧바로 제지당했다. 기밀이라는 이유에서다.

유튜브에는 물류센터 내부 동영상이 공개돼 있다. 뉴저지 물류센터는 2014년 설립된 8세대 센터로, 작년 텍사스에 들어선 9세대 센터보다 기술 수준이 낮다. 하지만 담당자는 “보안 유지를 위한 회사 방침”이라고 사진촬영 거절 이유를 앵무새처럼 되뇌었다.

과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여러 번 방문했을 때도 2003년 지어진 기흥 12라인을 둘러봤을 뿐 최첨단 라인을 들여다본 기억이 없다. 삼성전자가 기밀 유출을 우려해 해외의 국가수반급 인사가 요청해도 12라인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시쳇말로 ‘노가다(막노동)’ 문화의 결정체다. 직원들이 숱한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최적의 장비 배치와 딱 맞는 화학물질 등을 찾아낸다. 매년 조금씩 개선하며 수율(收率: 결함 없는 정상제품 비율)을 높이는 게 공정 기술의 핵심이다. 업계 전문가라면 장비 배치나 화학물질만 알아도 대략 뭘 얼마만큼 어떻게 만드는지 추정할 수 있다”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다.

정부가 산업재해 피해 입증을 이유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장 설비 배치도와 공정, 화학물질 등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기로 했다. 평택의 첨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등도 공개 대상에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국을 상대로 통상전쟁을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중국 정부가 산업 고도화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앞세워 미국의 첨단산업을 위협하고, 미국 기업에 합작을 강요해 지식재산권을 뽑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2025년까지 10개 첨단산업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배출하는 게 중국제조 2025의 목표다. 중국이 육성하려는 산업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모두 포함돼 있다. 사실상 한국의 마지막 경쟁우위 산업들이다. 독일 메릭스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중국제조 2025가 성공하면 가장 위협받는 나라가 한국이다. 하지만 정부는 대응책 수립보다 한국 기업의 기밀을 스스로 공개하는 걸 택했다. 중국제조 2025와 ‘반도체 굴기’를 앞세워 수십조원을 퍼부으며 쫓아오는 중국에 “빨리 추격해오라”고 도와주는 격이다.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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